지난주 목요일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과 동창회를 했다. 동창회라기는 사실 좀 거창하고 시간이 되는 여섯 명이 모여 저녁식사와 칵테일 한 잔 씩을 했다. 같은 반에서 공부를 했던 건 벌써 10년 전 이야기고, 한 명을 제외하면 그 후로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한두 번 있을 뿐 거의 교류가 없는 사이였다. 그런 친구들을 한 자리에 모은 건 카카오톡이었다. 그것도 내가 스마트폰을 샀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원래 연락을 하던 친구가 이제 나도 카카오톡을 할 수 있으니 다음에는 단체채팅으로 애들을 불러보자고 해서 한명 두명 모인 게 14명이 모인 거대한 채팅방이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스마트폰을 살 땐 여행에 필요할 것 같긴 했지만 어디가서든 자랑해 마지 않았던 원래 핸드폰을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이래저래 잊고 살던 옛 친구들과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게 스마트폰이라면, 겉모습이 마음에 좀 덜 들어도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이 아무리 예뻐도 그보다는 사람이 소중하니까. 물론 인간관계가 가벼워지고 집중력도 방해한다는 등등의 부작용도 있다지만 무엇보다 나는 그런 부작용을 느낄 정도로 사람들의 교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이 정도의 장점이 있다면 약간의 부작용도 눈감아줄 수 있다. 다시 만난 친구들과는 꾸준히 만나면 아주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그 날 하루 즐거운 시간을 가진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잘한다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