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일기/혜

별장생활

aeki 2012. 3. 13. 15:38
안도 알다시피 나는 지난주부터 우리집과 별장ㅋ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작업실, 사무실 등등의 말도 나왔으나 별장이라는 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자취라고 부를 수는 없다. 씻고 밥 먹는 등의 생활은 전부 집에서 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고작 일주일새에 불구하고 이제까지 한 번도 생각 안 하고 살아봤던 것들을 고민하게 되었다.
제일 먼저 세면대에서 걸레를 빨았더니 물 내려가는 속도가 느려져 '세면대 막혔을 때'등을 검색하고 뚜러펑을 사기로 했다. 커피포트도 샀다. 집에 있는 거 갖다놨다가 도로 가지고 오라는 아빠의 명령으로-.- 제일 예쁜 걸로 샀는데 뚜껑도 제대로 안 열린다. 세상 모든 게 이쁘면 장땡인 건 아닌가보다.
여긴 가스도 끊겨있고 냉장고도 없기 때문에 먹을 게 없다. 오빠네에서 놓고 간 생수 일곱 병이랑 커피 녹차 사탕이 전부.. 그래서 밤에 배고프면 물 마신다. 이래서 24시간 편의점이 있는거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배달을 시켜 먹기도 만만치 않다. 일인분은 배달을 안 해주니까. 사먹기 시작하면 편하긴 하겠지만 버릇들면 폭풍 살 찔 것 같아 밥은 집에서만 먹기로 했다.
내 방의 위생상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나의 별장은 의외로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 짐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엄마아빠 집의 한 켠일 뿐인 내 방에 비해 여기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엄마아빠가 와서 어지르고 가도 제깍제깍 치우고 쓸고 닦고 한다(개뿔 여기야말로 진정한 남의 집인데).
여기는 인터넷이 유선이지만 인심좋은 이웃 덕에 와이파이도 빵빵하게 터진다. 근데 낮에만 되고 잘 때는 전원을 내려버리는지 밤에는 없어진다.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7월 2일, 짧으면 내일이라도 당장(은 아니지 설마).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있는 동안 재미있는 일을 많이 많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