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일기/혜

Art Talk

aeki 2012. 2. 16. 22:46
지난 화요일날 나는 영국문화원에서 주최한 아트토크 워크샵에 다녀왔다. 미술관과 예술, 관람객의 관계를 주제로 미술관 관계자들이 나와서 강연을 했다. 요즘 작업중인 책이 미술관의 사회적 의의와 역할을 다루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주제라 신청했었다. 책에 나오고 평소에도 생각해봤던 내용을 앞에서 이야기하니까 흥미백배였다. 예습을 하고 수업을 듣는 모범생이 된 기분으로, 중고등학교 때 선생님 말씀 열심히 듣는 애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런 기분이었구나를 뒤늦게 깨달으며 감동적으로 강연을 듣다가 잠이 들고 말았어요. 음음.

처음 나온 발제자는 테이트미술관 관장 마크샌즈. 구글 아트프로젝트, 그리고 2주 후 새로 오픈한다는 테이트미술관 홈페이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구글 아트프로젝트를 제일 먼저 승낙한 것도 테이트미술관이라고 한다. 처음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땐 이렇게 선명하게 작품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미술관에 안 오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고 한다. 미술관은 홈페이지를 잘 갖춰놓은 경우가 잘 없다며, 슬레이트 잡지에서는 "미술관은 홈페이지가 너무 잘 되있으면 사람들이 안 올까봐 잘 만들지 않는다"고도 했다고. 나도 얼마 전에 친구랑 리움에 갔다가 홈페이지가 상상 이상으로 별로라 놀란 적이 있다. 2005년에 봤던 그대로였던 것 같다. 친구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는데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서 전화를 걸어봐도 안 받고, 결국 전시 보러 갔다가 데스크에 물어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무려 리움이! 다시 본론으로 와서, 그래서 테이트에서는 홈페이지를 새로 열고 모든 소장품을 인터넷으로 공개한다는 이야기. 기대된다 까먹지 말고 있다가 들어가봐야겠다.

그 다음으로 테이트미술관 큐레이터라는 이숙경. 이 여자 멋졌다. 외모나 말하는 모습이 엄청 멋진 건 아니였는데 왠지 일할 때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성격 좋고 막 그럴 것 같은 느낌ㅋ 나 혼자 상상ㅋㅋ

그 다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강승완 관장. 그냥 국립서울미술관 홍보하러 나온 것 같았다. UUL이라는 별칭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 발표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울'이라고 읽는다고 한다. 나름 우리 말 '우리', '울타리' '서울' 등에서 따온 순 우리말이라고 자랑스레 이야기했지만 나는 UUL이라고 영문으로 표기한 로고에 동의할 수 없었다. 국립서울미술관은 경복궁 옆에서 공사중이라고 한다. 옛날에 기무사가 있던 자리고 박정희가 임종을 맞이한 곳이 식당 자리라는 등 역사적인 장소이고 미술관 컨셉도 역사적인 느낌을 살렸다고 또 자랑스레 이야기했지만 로고는 UUL이다. 게다가 그 동네는 스타벅스마저 한글 로고를 만들어서 다는 곳인데, 이렇게 거대하고 상징적인 국립기관이 UUL이라는 로고를 달고 들어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문 표기랑 영문 표기 둘 다 있거나, 영문 표기가 너무 아름다워 국문은 비할 바가 안 되기만 했어도 그냥 다 인정했을거다. 옳지 않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되었지만 전문가들이 1년도 넘게 작업한 건데 왜 그러냐는 대답만 나오고 의원들끼리 태도가 왜 그러냐고 싸우다가 말았나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네이버 공연예술 DB팀 함성민 부장. 미술 페이지는 사실 구글보다 네이버가 1년 먼저 시작했다고 한다. 구글아트프로젝트가 진짜 대박 짱이기는 하지만, 네이버 미술 페이지도 참 괜찮다. 입이 딱 벌어지고 감탄사가 나오는 건 구글이지만 그걸로 끝인 감이 있고, 실제로 더 유용하게 쓰는 건 네이버다.

두명 더 있는데 너무 길게 써서인지 진이 빠진다.ㅋ UUL 마음에 안 드는 게 내 결론인가보다.